나는 많은 여행을 해보진 않았지만, 어느 나라든 여행을 가게 되면, 첫인상이란 것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비행기에서 처음 만난 현지인일 수도 있고, 착륙 전 보게 된 도시의 야경이 될 수도 있고, 출입국 사무소에서의 첫인상이 될 수도 있으며, 공항을 나설 때의 풍경 등등 가장 강렬하게 남겨진 것이 오래도록 남는 것 같다.

나에게 캐나다의 첫인상이란 벤쿠버의 모습이였고, 그 첫인상은 공항을 나와 다운타운으로 나왔을 때의 모습으로 기억된다.


-벤쿠버 공항에서 날 반겨주던? 해파리들...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밖이 어둡지 않았는데,  신청했던 민박집의 라이드를 취소하고 전철을 타기 위해 공항을 빠져 나갈때는 이미 어둠이 내린 후였다. 내가 동전을 구하지 못하고, 또 숫기가 없어서 안내센터에서 전화를 빌려쓰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 이미 어둠이 깔린 것이다.


- 벤쿠버에서 나의 짐들을 기다리며...


그 때 나는 정말 'Can I...?' 와 'I want to....' 만을 가지고 이리저리 아는 단어들을 붙여서 입을 떼기 시작하던 때였다. 커다란 배낭과 캐리어와 잡다한 짐들을 모두 들고 옆에 앉아 있던 사람에게 'I want to go to here.'를 말하자. 이래저래 저래이래...설명을 열심히 해주고, 뭐...대충...이리저리 설명도 해주고, 자신의 스마트 폰으로 검색도 해주었지만. 내가 알아듣는 부분은 일부분 이였기 때문에 일단 이리저리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짐을 모두 들고 스카이트레인을 그랜빌에서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이미 어둠은 짙게 내려있었고, 그 명성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지상으로 올라오니 어디가 어디인지 방향을 찾지 못하고 지도를 들고 있을 때에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어 고개를 드니 내 앞에 있는 외국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길을 알려주었고, 어떻게 내가 가려는 민박집에 갈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버스를 기다렸고, 그 버스를 타고 갈 때에도 내가 물어보려고 하면 모두들 친절하게 가야할 길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이 그리 많지 않았고, 처음 외국에 나간지라 잘 들어오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이리저리 무거운 배낭과 더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다닐 때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자신의 휴대폰으로 검색까지 해주면서 길을 찾아주었다. 한국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이였다.

그렇게 내가 가야할 곳을 눈 앞에 두고 이리저리 돌아 다닌 끝에 숙소에 도착할 때 쯤 어디선가 대포소리가 들렸다. 나는 군대에 있을 때 들었던 지뢰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를 들으며...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꿈과 같은 나의 첫 해외여행에 들떠. 무슨 축제 쯤 하는 것으로 생각했고, 유난이 컷던 달 또한 해외에서 처음보는 달이니 만큼 해외는 달이 더 크구나라는 정도로 생각했다.

숙소에 도착해서야, 방금 전에 대포소리는 9시를 알리는 대포 소리였고, 내가 도착한 날이 슈퍼문이여서 달이 매우 큰 날이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내가 본 캐나다의 첫인상은 이렇게 몇번이나 중복되어 전해진 친절로 정리된다.

한번 뿐이 아닌 몇번이나 계속 되었던 친절한 모습의 캐네디언들은 나에게 캐나다란 친절한 나라라는 생각을 갖게 했고, 후에 그 사람들이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에도 그들의 그 친절했던 모습 뒤에 다른 생각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고, 끝내 나는 그들의 친절이 진심이였다는 것으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한 뒤에 마음이 편해졌다.

그들의 친절이 몸에 벤 습관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처음 새로운 도시에 도착한 여행자에게 그 모습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는 것 같다.

후에 미국에서의 첫인상을 생각하면 캐나다의 첫인상은 더욱더 짙어진다.


-9시를 알리는 대포소리를 들었던 숙소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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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잇투데이 2012. 11. 8. 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