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나는 내일로 기차에 올랐다. 

어쩜 저렇게 이름을 잘 지었을까. 내일로. 청춘에게 내일로란 그 단어가 만드는 부드러움은 마치 상큼한 복숭아와 같다. 만 25살이라는 나이 제한은 이 달달한 여행에 특별함을 더 해준다.

나는 만으로 25이고 내년 7월 달에 26이 되니 한번쯤 더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 같이 떠난 한살차이 형에겐 이 기회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기에 나도 그 형과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내일로 여행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나의 25년 인생에서 여행이래봤자. 군대 가기 전 반쯤 등 떠밀려 떠난 계획 14일짜리 전국 자전거 여행과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 여기저기 지인과 친척집에 두루 방문하고 온 정도가 다였다. 여행이라는 꿈을 꾼 것은 그보다 더 오래전 이였지만 항상 꿈으로 간직한 채 이루려 하지 않았다. 나의 어린 시절 꿈은 많은 책으로 알려진 한비야씨의 기행문으로 불이 붙었고, 그 뒤로 여러가지 여행책을 읽었다.

어린시절 나의 우상은 한비야였고, 그 뒤에 일본의 이시다 유스케와 같은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시다 유스케는 자전거를 타고 7년 반이란 시간을 여행했다고 한다. 한비야에서 이시다 유스케 같은 여행을 꿈꾸게 된 것도 결국은 자전거를 타면 좀 더 쉽게 이동할 수 있고, 돈도 좀 절약될 것 같아서 그랬는데, 이시다 유스케의 모습을 보면 자전거에 이리저리 많은 것을 달고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는 일이 재밋어 지는 만큼, 나 자신이 그 책 뒤에 숨어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 시절 난 내가 사는 도시에서 멀리 혹은 가까운 곳도 떠나본 적이 없는 청년이였고, 여행을 꿈꾼다고, 나의 꿈은 세계 여행이라고 말하면서 단 한번도 가방을 싸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떠나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나를 인정해야했고, 더 이상 책 뒤에 숨어있어선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떠난 첫번째 14일짜리 전국 자전거 여행은 계획은 14일이지만, 실제론 3일동안 천안-강경-정읍-광주를 끝으로 3일만에 작은 태풍 앞에 그 작은 태풍보다 작았던 나를 이끌고,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라는 우리 이모와 이모부, 우리 아버지의 권유에도, 태풍이 와서 가야된다는 핑계로 잽싸게,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실어 돌아왔다.

그 때의 여행은 하루에 100km를 가는 일정 이였는데. 사실 내 계산대로라면 하루 5시간이면 넉넉히 100km를 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달렸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예정대로 라면 각 각의 지역들을 관광을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항상 밤이 되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고, 달리는 동안 해가 기울어 갈 수록 나는 그날밤을 어디서 자야하는지 고민해야했다. 착실하게 폐달을 밟아 목적지에 도착하면 숙소를 찾아야 했다. 그 때의 나의 여행은 추억보단 고된 기억으로 남아있다. 혼자한 여행이고, 또한 처음한 여행이였기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 때에 난 그 여정을 즐기지 못했다. 단순히 어느 지역 지역을 정해놓고 매일 내가 정한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 길을 즐기는 법을 몰랐다. 지금 기억해도 무엇이 나의 그 길 옆에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22살 나의 첫 여행은 그렇게 북상하는 태풍을 핑계로 삼일만에 급하게 마무리 지었다.


3일간의 짧은 여행 뒤 난 2년이란 시간을 여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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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잇투데이 2012. 9. 3. 23:28